회로 해석의 묘미는 시간 응답에 있다.
스위치를 켜는 순간 콘덴서가 차오르고, 인덕터에 흐르는 전류가 서서히 자리잡고, 저항을 통해 에너지가 흩어진다.
이 모든 과정을 수학으로 옮기면 미분방정식이 나온다.
문제는 그 미분방정식이 쉽지 않다는 거다.
#15. RL/RC 회로 와 1·2계 미분방정식 글에서 다뤘듯, 손으로 푸는 건 적분상수와 미정계수의 늪이다.
[수학] 2계 미분방정식과 특성방정식 - 근의 공식 이용
지난 글에서는 1계 미분방정식 풀이법을 정리했다.변수분리로 되는 놈은 변수분리, 안 되는 놈은 적분인자를 곱해서 어떻게든 적분 가능한 꼴로 몰아넣는 게 전부였다. [수학] 1계 미분방정식 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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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회로가 복잡해져도 한 회로 푸는데 종이 한 장은 족히 쓴다.
오늘 다룰 라플라스 변환(Laplace Transform) 을 회로 해석에 들이대면 이 고생이 통째로 사라진다.
미분방정식을 세우는 단계조차 건너뛰고, 회로도 위에서 곧바로 사칙연산으로 풀어버린다.
라플라스가 회로이론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한 글에 정리해 보자.
라플라스 변환을 회로에 적용하면 R·L·C가 s 영역의 임피던스로 바뀌고, 미분방정식 없이 회로도 자체를 사칙연산으로 풀 수 있다.

왜 라플라스를 회로에 쓰는가
이전 글들에서 RC, RL 회로를 풀 때 우리는 다음 과정을 반복했다.
회로에 KVL/KCL을 적용 → 시간 영역 미분방정식 유도 → 특성방정식과 보조해·특수해 → 초기조건 대입 → 시간 응답.
5단계다.
가장 골치 아픈 부분은 2번째 미분방정식 풀이다.
라플라스 변환을 끼우면 이 흐름이 다음처럼 바뀐다.
회로를 곧바로 s 영역 회로로 변환 → s 영역에서 대수방정식 풀이 → 역변환 → 시간 응답.
미분방정식 자체가 사라진다.
회로도가 곧 풀이지가 된다.
여기까지가 라플라스 기초 와 부분분수 분해 글에서 깔아둔 기반이다.
오늘은 그 기반을 회로에 직접 들이댄다.
s 영역 임피던스 - 회로의 새 언어
라플라스의 핵심 트릭은 R, L, C 각각을 s 영역의 임피던스(Impedance) 로 바꾸는 것이다.
임피던스라는 용어는 이미 #19 페이저 글에서 나왔다.
페이저 글에선 \( j\omega \) 기반의 정현파 정상상태 임피던스를 다뤘지만, 라플라스에선 더 일반적인 \( s \) 기반 임피던스를 쓴다.
\( s = j\omega \)를 대입하면 페이저 임피던스가 그대로 튀어나오는, 페이저의 상위 호환 개념이다.

저항
저항은 시간 영역 옴의 법칙 \( v = Ri \)가 가장 단순하다.
미분도 적분도 없으니 라플라스 변환을 해도 모양은 똑같다.
\( V(s) = R\,I(s) \)
(식 1 - 저항의 s 영역 관계)
따라서 저항의 s 영역 임피던스는 그대로 \( R \)이다.
\( Z_R(s) = R \)
(식 2 - 저항 임피던스)
인덕터
인덕터는 시간 영역에서 미분 관계를 갖는다.
\( v(t) = L\,\dfrac{di(t)}{dt} \)
(식 3 - 인덕터 v-i 관계)
여기에 라플라스 변환을 적용한다.
미분의 라플라스 변환은 s 곱셈이라는 점이 핵심이다 (라플라스 기초 글 식 4 참고).
초기조건 \( i(0) = 0 \)을 가정하면 (스위치 켜기 전 정상상태에서 인덕터에 흐르던 전류가 없는 경우) 다음과 같다.
\( V(s) = sL\,I(s) \)
(식 4 - 인덕터의 s 영역 관계)
따라서 인덕터 임피던스는 \( sL \)이다.
\( Z_L(s) = sL \)
(식 5 - 인덕터 임피던스)
\( s \) 곱셈 한 번이 들어갔다는 것이 미분 연산을 흡수했다는 신호다.
커패시터
커패시터는 시간 영역에서 다음 관계다.
\( i(t) = C\,\dfrac{dv(t)}{dt} \)
(식 6 - 커패시터 v-i 관계)
마찬가지로 라플라스 변환을 적용하고, 초기조건 \( v(0) = 0 \)을 가정한다.
\( I(s) = sC\,V(s) \)
(식 7 - 커패시터의 s 영역 관계)
식 7을 V(s) 기준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V(s) = \dfrac{1}{sC}\,I(s) \)
(식 8 - 식 7을 V기준으로 정리)
따라서 커패시터 임피던스는 \( 1/sC \)다.
\( Z_C(s) = \dfrac{1}{sC} \)
(식 9 - 커패시터 임피던스)
여기선 적분 연산이 \( 1/s \) 나눗셈으로 흡수됐다.
핵심은 단 한 줄
세 소자 모두 다음 한 줄의 옴의 법칙으로 통일된다.
\( V(s) = Z(s)\,I(s) \)
(식 10 - s 영역 옴의 법칙)
그래서 라플라스 변환된 회로는 마치 모든 소자가 저항인 것처럼, 사칙연산으로 다룰 수 있다.
직렬 결합은 \( Z_1 + Z_2 \), 병렬 결합은 \( \dfrac{Z_1 Z_2}{Z_1 + Z_2} \), 분압의 법칙 \( V_{\text{out}} = V_{\text{in}} \cdot \dfrac{Z_2}{Z_1 + Z_2} \)도 그대로 통한다.
회로이론 초반에 배운 직류 회로의 모든 공식이 s 영역에서 재활용된다.
예제 - RC 직렬 회로 스텝 응답
말로만 떠들면 와닿지 않으니, 가장 기본적인 RC 직렬 회로를 풀어보자.
#15. RL/RC 회로 에서 미분방정식으로 풀었던 그 회로다.
#15. 기본적인 RL/RC 회로 - 시정수/시상수가 뭘까?
이번 시간엔 기본적인 RL 회로, 즉 저항 R과 인덕터 L이 결합된 회로에 대해 살펴볼 것이다.인덕터와 커패시터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은 아래 포스팅을 참고하자. #13 인덕터(Inductor) - 자기장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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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은 시간 영역, 우측은 라플라스 변환된 s 영역 회로다.
회로도의 모양은 그대로다.
소자의 라벨만 바뀌었다.
\( V_s \to V_s/s \), \( R \to R \), \( C \to 1/sC \).
초기조건 \( v_C(0) = 0 \)을 가정하고, t=0에 스위치를 닫는 스텝 입력이다.
분압의 법칙으로 한 줄 풀이
s 영역 회로는 RC 직렬에 \( V_s/s \)가 걸린 형태다.
분압의 법칙을 그대로 적용한다.
\( V_C(s) = \dfrac{V_s}{s} \cdot \dfrac{Z_C}{Z_R + Z_C} \)
(식 11 - 분압의 법칙 적용)
\( Z_R = R \), \( Z_C = 1/sC \)를 대입한다.
\( V_C(s) = \dfrac{V_s}{s} \cdot \dfrac{1/sC}{R + 1/sC} \)
(식 12 - 임피던스 대입)
분자·분모에 \( sC \)를 곱해 깔끔하게 정리한다.
\( V_C(s) = \dfrac{V_s}{s} \cdot \dfrac{1}{RCs + 1} = \dfrac{V_s}{s\,(RCs + 1)} \)
(식 13 - 정리)
부분분수 분해 + 역변환
식 13의 결과는 수학편 라플라스 기초 글의 식 11에서 KVL+미분방정식+라플라스로 도출했던 그 식과 정확히 같다.
[수학] 라플라스 변환의 수학적 기초 - 미분방정식이 곱셈으로 바뀐다고?
지난 글까지 우리는 1계 미분방정식과 2계 미분방정식 푸는 법을 살펴봤다.특성방정식을 세우고, 근을 구하고, 보조해와 특수해를 잇대어 일반해를 만드는 작업이었다.근의 공식이 회로를 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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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번엔 미분방정식을 거치지 않았다.
회로도에서 곧바로 분압의 법칙 한 줄로 끝냈다.
여기서부턴 수학편 부분분수 분해 글의 그 RC 예제와 동일한 흐름이다.
[수학] 부분분수 분해 - 적분과 라플라스 역변환의 만능 도구
분수의 덧셈은 누구나 안다. \( \displaystyle \frac{1}{s} + \frac{1}{s+1} = \frac{2s+1}{s\,(s+1)} \) 서로 다른 분모를 가진 분수들을 통분해 하나로 합치는 작업.그런데 수학에선 이 과정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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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분분수 분해하고, 라플라스 표로 역변환하면 끝.
\( v_C(t) = V_s\,(1 - e^{-t/RC}) \)
(식 14 - 시간 응답)
이 결과를 얻기 위해 #15 글에선 미분방정식 → 보조해 → 특수해 → 초기조건 단계를 거쳤다.
오늘은 회로도 → 분압 한 줄 → 역변환으로 끝났다.
이게 라플라스를 회로에 들이댔을 때 얻는 위력이다.
초기조건이 있을 때
위 예제에선 \( v_C(0) = 0 \), \( i_L(0) = 0 \)을 가정했다.
실제 회로에선 초기에 콘덴서가 충전돼 있거나 인덕터에 전류가 흐르고 있는 경우가 더 흔하다.
이때는 임피던스 외에 초기조건 등가전원 을 함께 그려준다.
| 소자 | 초기조건 | 추가되는 등가전원 |
| 인덕터 \( L \) | \( i(0^-) = I_0 \) | 직렬로 \( L I_0 \) 크기의 전압원 (전류 방향과 같은 극성) |
| 커패시터 \( C \) | \( v(0^-) = V_0 \) | 병렬로 \( C V_0 \) 크기의 전류원, 또는 직렬로 \( V_0 / s \) 전압원 |
(표 1 - 초기조건이 있는 소자의 s 영역 등가)
초기조건이 0이 아닌 회로도 결국 s 영역에선 임피던스와 등가전원의 회로일 뿐이다.
여전히 사칙연산으로 풀린다.
표 사용 빈도는 회로 해석 실무에서 그리 높지 않으니, 처음엔 초기조건 0짜리 회로부터 익숙해지면 된다.
정리하며
오늘 다룬 내용을 한 문장으로 압축하면 다음과 같다.
라플라스 변환은 시간 영역의 미분방정식 풀이를 s 영역의 사칙연산 풀이로 바꾸는 무기다.
회로 해석에 라플라스가 들어오면 다음 세 가지가 동시에 일어난다.
첫째, R·L·C가 임피던스 \( R \), \( sL \), \( 1/sC \)로 통일된다.
둘째, 옴의 법칙·분압의 법칙·직병렬 결합 같은 직류 회로 공식이 s 영역에서 그대로 통한다.
셋째, 미분방정식을 세우는 단계 자체가 사라지고, 회로도 위에서 곧바로 답을 적을 수 있다.
오늘도 포스팅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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