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는 1계 미분방정식 풀이법을 정리했다.
변수분리로 되는 놈은 변수분리, 안 되는 놈은 적분인자를 곱해서 어떻게든 적분 가능한 꼴로 몰아넣는 게 전부였다.
[수학] 1계 미분방정식 풀이법 - dy/dx, 이제 무섭지 않다
지난 회로이론 포스팅 중 커패시터와 인덕터가 회로에 들어온 순간부터 우리는 줄곧 미분방정식과 씨름하고 있었다.그동안 '결과 수식'을 던져주고 "이렇게 풀리더라"라고 넘어갔었다.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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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회로이론은 여기서 멈추질 않는다.
인덕터와 커패시터가 한 회로에 같이 들어가는 순간, 회로 방정식은 2계 미분방정식으로 점프해버린다.
RL·RC 회로에선 전류(또는 전압)의 변화율 \( dx/dt \) 하나만 보면 됐는데, RLC부터는 변화율의 변화율 \( d^2x/dt^2 \)까지 같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1계 풀던 감각으론 분리 자체가 안 된다.
그런데 기특하게도, 이걸 푸는 핵심 도구는 중학교 3학년 때 지겹게 외웠던 근의 공식이다. 진짜다.
이 글에선 연결고리를 하나씩 풀어본다.
[ 한 줄 요약 ]
2계 선형 미분방정식은 "해를 \( e^{st} \)로 가정"하는 한 번의 아이디어로 대수방정식(특성방정식)으로 바뀌고, 그 판별식 \( D \)의 부호가 회로의 감쇠 거동을 그대로 결정한다.
2계 선형 상미분방정식, 생긴 모양부터
RL·RC의 지배 방정식은 1계였다.
직렬 RLC 회로에서는 아래와 같이 변한다.
\( \displaystyle L \frac{d^2 i(t)}{dt^2} + R \frac{d i(t)}{dt} + \frac{1}{C} i(t) = 0 \)
(식 1 - 직렬 RLC 자연응답 방정식)
#18. RLC 회로의 완전응답/계단응답 - 강제응답과 자연응답의 콜라보
지난 포스팅에서는 특성방정식의 근의 형태에 따라 RLC 회로 응답이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는 것까지 확인했다. #17. RLC 회로 (2) - 감쇠 삼형제지난 포스팅에서 RLC 회로의 자연응답을 구하기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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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 함수는 \( i(t) \), 독립 변수는 \( t \). \( i \)에 대해 2번 미분한 항이 있어서 2계(second-order).
각 항이 \( i \)에 대해 1차라서 선형(linear), 우변이 0이라 동차(homogeneous)라 부른다.
회로 상수를 숨기고 일반형으로 쓰면 이렇다.
\( \displaystyle \frac{d^2 x}{dt^2} + a \frac{dx}{dt} + b\, x = 0 \)
(식 2 - 2계 선형 동차 미분방정식 일반형)
\( a, b \)는 \( R, L, C \)에서 오는 실수 상수다. 1계 때처럼 \( x \)와 \( t \)를 좌우로 분리해보려 해봐라.
안 된다. \( x \), \( x' \), \( x'' \)가 한꺼번에 엉켜 있어서 분리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1계의 "분리→적분" 전략을 버리고, 접근 방법 자체를 갈아엎어야 한다.
해를 \( e^{st} \)로 가정하는 이유
수학책을 펼치면 대뜸 이렇게 쓰여 있다.
'해를 \( x(t) = e^{st} \) 꼴로 가정한다.'
보자마자 의문이 든다. 왜 하필 지수함수냐? 사인은 안 되나? 다항식은? 나도 그랬다.
이유는 진짜 단순하다.
\( e^{st} \)는 몇 번을 미분해도 자기 자신이 그대로 나온다.
앞에 상수 \( s \)만 하나씩 붙을 뿐이다.
\( \displaystyle \begin{aligned} \frac{d}{dt} e^{st} &= s\, e^{st} \\[4pt] \frac{d^{2}}{dt^{2}} e^{st} &= s^{2}\, e^{st} \end{aligned} \)
(식 3 - 지수함수는 미분해도 자기 자신이 돌아온다)
이 성질이 왜 축복인지, 식 2에 그냥 대입해보면 바로 느낌이 온다.
\( \displaystyle s^{2} e^{st} + a s\, e^{st} + b\, e^{st} = 0 \)
\( e^{st} \)는 절대 0이 아니니까 (\( t \)가 뭐가 돼도 \( e^{st} > 0 \)), 양변을 \( e^{st} \)로 시원하게 나눠버릴 수 있다.
\( \displaystyle s^{2} + a s + b = 0 \)
(식 4 - 특성방정식 (Characteristic Equation))
방금 미분방정식이 대수방정식으로 바뀌었다.
이게 전부다.
\( s \)에 대한 평범한 2차 방정식 하나가 튀어나왔고, 여기서 구한 두 근 \( s_1, s_2 \)가 원래 미분방정식의 해 \( x(t) \)를 조립하는 핵심 재료가 된다.
두 근이 서로 다르다고 가정하면, 일반해는 이렇게 쓴다.
\( \displaystyle x(t) = C_1 e^{s_1 t} + C_2 e^{s_2 t} \)
(식 5 - 일반해 구조, 서로 다른 두 실근인 경우)
근의 공식이 진짜로 회로를 푼다
식 4를 멀리서 보면 그냥 \( s \)에 대한 2차방정식이다.
중학교 때 외웠던 근의 공식을 바로 꽂아넣으면 된다.
\( \displaystyle s = \frac{-a \pm \sqrt{a^{2} - 4b}}{2} \)
(식 6 - 특성근)
그리고 판별식 \( D = a^2 - 4b \)의 부호에 따라, 해 \( x(t) \)의 질적 성격이 완전히 달라진다.
이게 회로이론에서 감쇠(damping)가 세 종류로 나뉘는 근본 이유다.
#17. RLC 회로 (2) - 감쇠 삼형제
지난 포스팅에서 RLC 회로의 자연응답을 구하기 위해 2차 미분방정식을 세우고, 특성방정식의 근을 구하는 과정까지 살펴보았다. #16. RLC 회로 (1) - 2차 미분방정식 풀기지난번 포스팅에서는 인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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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로 정리하면 이렇다.
| 판별식 \( D = a^2 - 4b \) |
특성근 | 일반해 \( x(t) \) | 회로 응답 분류 |
| \( D > 0 \) | 서로 다른 두 실근 \( s_1, s_2 \) (둘 다 음수) | \( C_1 e^{s_1 t} + C_2 e^{s_2 t} \) | 과감쇠 (Overdamped) |
| \( D = 0 \) | 중근 \( s \) (실수, 음수) | \( (C_1 + C_2 t)\, e^{s t} \) | 임계감쇠 (Critically damped) |
| \( D < 0 \) | 공액 복소근 \( s = \alpha \pm j\beta \) | \( e^{\alpha t}(C_1 \cos\beta t + C_2 \sin\beta t) \) | 부족감쇠 (Underdamped) |
(표 1 - 판별식 부호별 일반해와 회로 응답 분류)
세 경우가 실제로 시간 응답에서 어떻게 다르게 보이는지 한 그림에 몰아서 그리면 이렇다.

- 과감쇠: 흔들림(오버슈트) 없이 서서히 0으로 기어가는 모양. 제동장치 꽉 건 자동차가 천천히 멈추는 느낌.
- 임계감쇠: 과감쇠와 부족감쇠의 경계. 흔들림 없이 가장 빨리 0에 수렴한다. 실무에선 제어 시스템 튜닝의 단골 타깃.
- 부족감쇠: 0 아래위로 출렁이면서 감쇠. 종을 치면 울리다가 사라지는 소리처럼, 주파수 \( \beta \)로 진동하면서 봉투(envelope)가 \( e^{\alpha t} \)로 줄어든다.
중근(\( D=0 \))에서 해에 \( t \)가 한 번 곱해진 이유, 복소근(\( D<0 \))에서 복소 지수가 \( \cos, \sin \)의 합으로 풀리는 이유는 한 걸음 더 들어가면 길어진다.
후자는 오일러의 공식을 기억하고 있으면 바로 감이 온다.
\( \displaystyle \begin{aligned} e^{(\alpha + j\beta)t} &= e^{\alpha t} \cdot e^{j\beta t} \\[4pt] &= e^{\alpha t}(\cos\beta t + j \sin\beta t) \end{aligned} \)
(식 7 - 오일러 공식으로 복소지수 풀기)
[수학] 오일러의 공식과 항등식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등식
얼마 전 복소수 관련 포스팅을 작성하며, 복소수를 지수 형식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언급했다. [수학] 복소수에 관하여 - 허수를 왜 배워?고등수학을 처음 접하며 허수와 복소수를 배운 기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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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수 \( C_1, C_2 \)는 초기조건이 정해준다
위에서 나온 일반해는 상수 \( C_1, C_2 \) 두 개를 달고 있다.
이건 초기조건(Initial Condition)으로 결정된다.
회로 문제에서 초기조건은 보통 두 개가 준비된다.
- \( t = 0 \)에서의 값: \( x(0) \)
- \( t = 0 \)에서의 변화율: \( x'(0) \)
예를 들어 \( x(0) = V_0 \), \( x'(0) = 0 \)이 주어지면, 일반해에 \( t=0 \)을 대입한 식 하나, 일반해를 미분해서 \( t=0 \)을 대입한 식 하나, 총 두 개의 방정식이 만들어지고, 여기서 \( C_1, C_2 \)를 연립해서 뽑아낼 수 있다.
2계 미분방정식이 초기조건 2개를 요구하는 이유도 여기서 나온다.
미분 한 번 할 때마다 불확정 상수가 하나씩 생기고, 2번 미분했으니 상수가 둘 있어야 해가 하나로 결정된다.
차수만큼 조건이 따라붙는다는 얘기다.
회로부터 해까지, 전체 흐름 한눈에
지금까지 한 일을 순서대로 정리하면, 아래 흐름 하나로 수렴한다.

- 회로에 KVL/KCL 적용 → 2계 미분방정식 세우기
- 해를 \( e^{st} \)로 가정
- 대입 후 \( e^{st} \) 약분 → 특성방정식 (2차 대수방정식)
- 근의 공식으로 \( s_1, s_2 \) 계산
- 판별식 \( D \)의 부호로 과감쇠 / 임계감쇠 / 부족감쇠 판정
- 일반해 조립 → 초기조건으로 \( C_1, C_2 \) 확정
이 흐름 하나가 RLC 회로뿐 아니라 제어 시스템의 2차 플랜트, 기계 진동계, 신호 처리의 2차 필터까지, 2계 선형계 전체를 똑같은 논리로 관통한다.
진짜 한 번만 제대로 익혀두면 평생 써먹는 공구다.
이제 2계 미분방정식의 뼈대가 잡혔다.
다음 글에선 이걸 그대로 RLC 회로에 밀어넣어서, 과감쇠·임계감쇠·부족감쇠가 실제 회로 파형에서 어떻게 튀어나오는지 본다.
이번 글에서 만든 판별식 감각이 바로 거기서 힘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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