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는 2계 미분방정식과 특성방정식을 다뤘다.
판별식이 음수일 때, 해가 \( e^{\alpha t}(C_1 \cos\beta t + C_2 \sin\beta t) \) 꼴로 풀린다는 것까지 봤다.
[수학] 2계 미분방정식과 특성방정식 - 근의 공식 이용
지난 글에서는 1계 미분방정식 풀이법을 정리했다.변수분리로 되는 놈은 변수분리, 안 되는 놈은 적분인자를 곱해서 어떻게든 적분 가능한 꼴로 몰아넣는 게 전부였다. [수학] 1계 미분방정식 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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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튀어나온 \( \sin, \cos \)은 거기서 끝이 아니다.
앞으로 다룰 교류(AC) 회로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사인파가 주인공이다.
전압도 사인파, 전류도 사인파, 심지어 RLC 필터의 응답까지 전부 사인파 기반으로 해석한다.
그래서 회로이론에서 페이저·임피던스로 넘어가기 전에, 사인파를 해부학 수준으로 정확히 이해하고 가야 한다.
고등학교 때 지겹게 외웠던 sin, cos을 다시 꺼내서 먼지를 털어보자.
근데 이번엔 회로 엔지니어 시각으로 다시 본다.
[ 한 줄 요약 ]
사인파는 "단위원을 일정한 속도로 도는 점의 y좌표"이고, 진폭 \( A \)·각주파수 \( \omega \)·위상 \( \phi \) 단 3개의 숫자로 완전히 결정된다. AC 회로 해석의 모든 출발점이 여기에 있다.
삼각함수, 단위원으로 다시 보기
고등학교에선 삼각함수를 직각삼각형으로 처음 배웠다.
빗변 분의 높이가 sin, 빗변 분의 밑변이 cos, 이런 식이다.
근데 이 정의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각도가 90°를 넘어가면 직각삼각형을 그릴 수가 없다.
180°, 270°, 음수 각도는 어쩌라는 건가.
그래서 수학자들은 정의 방식을 바꿨다.
반지름 1짜리 원(단위원)을 좌표평면에 그려놓고, x축 양의 방향부터 반시계로 \( \theta \)만큼 돈 지점의 좌표를 \( (\cos\theta, \sin\theta) \)로 정의한 것이다.
이렇게 하면 각도가 얼마든 상관없다.
한 바퀴 돌면 \( 2\pi \)이고, 두 바퀴 돌면 \( 4\pi \)다.
음수 각도는 시계 방향으로 도는 것이다.

왼쪽은 단위원, 오른쪽은 그 점이 돌면서 만드는 파형이다.
단위원에서 빨간 점이 한 바퀴 돌 때, 그 점의 y좌표를 시간 축에 쭉 늘어놓은 것이 사인파다.
cos은 x좌표를 늘어놓은 것이고.
사인파는 결국 "원 위를 도는 점"의 투영 그림자다.
이 한 문장만 기억해도 AC 회로의 절반은 이해한 거다.
사인파의 3요소 — 진폭, 각주파수, 위상
회로 엔지니어가 마주치는 사인파는 거의 다 이렇게 생겼다.
\( \displaystyle v(t) = A \sin(\omega t + \phi) \)
(식 1 - 일반적인 사인파 표현)
이 식은 단 3개의 숫자 \( A, \omega, \phi \)로 모든 사인파를 표현한다.
각각이 뭘 의미하는지 하나씩 뜯어보자.

① 진폭 \( A \) (Amplitude)
사인파가 위아래로 출렁이는 높이의 최댓값이다.
\( A = 5\,\mathrm{V} \)인 전압이면, 전압은 +5V와 -5V 사이를 계속 왕복한다는 뜻이다.
오실로스코프로 찍으면 "peak-to-peak"가 \( 2A \)로 잡힌다.
② 각주파수 \( \omega \) (Angular Frequency)
얼마나 빠르게 도는지를 나타낸다.
단위는 \( \mathrm{rad/s} \), 즉 1초 동안 몇 라디안만큼 도냐다.
여기서 주기 \( T \)와 주파수 \( f \)가 \( \omega \)의 친척으로 딸려 나온다.
\( \displaystyle T = \frac{2\pi}{\omega}, \qquad f = \frac{1}{T} = \frac{\omega}{2\pi} \)
(식 2 - 주기·주파수·각주파수의 관계)
예를 들어 한국 가정용 전원은 \( f = 60\,\mathrm{Hz} \)다.
이걸 각주파수로 바꾸면 \( \omega = 2\pi \cdot 60 \approx 377\,\mathrm{rad/s} \)이다.
AC 회로 해석에선 주파수보다 각주파수를 훨씬 자주 쓴다.
이유는 단순하다.
\( \sin, \cos \) 안에 들어가는 각도가 라디안이라서, \( \omega t \)가 바로 "현재 단위원을 몇 라디안 돌았는지"를 말해주기 때문이다.
③ 위상 \( \phi \) (Phase)
\( t = 0 \)일 때 어느 각도에서 시작했는지를 나타낸다.
\( \phi = 0 \)이면 \( t=0 \)에서 sin이 0부터 올라간다.
\( \phi > 0 \)이면 먼저 출발한 것(왼쪽으로 쉬프트), \( \phi < 0 \)이면 늦게 출발한 것(오른쪽으로 쉬프트)이다.
그림 2의 빨간 파형은 \( \phi = -\pi/3 \)인 경우다.
회색 점선(기준파)보다 오른쪽으로 밀려 있다.
두 사인파 사이의 위상 차이는 AC 회로에서 어마어마하게 중요하다.
커패시터에서는 전류가 전압보다 \( 90^{\circ} \) 앞서고, 인덕터에서는 뒤진다.
이걸 다루려고 다음 글에서 페이저(Phasor)가 등장한다.
사인과 코사인은 90° 차이나는 같은 놈
그림 1 오른쪽 파형을 다시 보자.
cos은 \( \theta = 0 \)에서 1부터 시작해서 내려오고, sin은 0부터 시작해서 올라간다.
사인을 왼쪽으로 \( \pi/2 \)만큼 밀면 그대로 코사인이 된다.
\( \displaystyle \cos\theta = \sin\!\left(\theta + \frac{\pi}{2}\right) \)
(식 3 - 사인과 코사인의 관계)
즉, sin과 cos은 본질적으로 같은 파형인데 시작점만 다를 뿐이다.
회로이론에서도 "코사인으로 해석한 것"과 "사인으로 해석한 것"은 본질이 같고, 위상 \( \pi/2 \) 차이만 난다.
교재마다 어떤 건 cos, 어떤 건 sin을 기준으로 쓰지만, 변환은 그냥 \( \pi/2 \) 더하거나 빼면 끝이다.
반드시 알아두면 좋은 공식들
솔직히 삼각함수 공식은 수십 개다.
근데 AC 회로에서 실제로 쓰이는 건 몇 개 안 된다.
아래 표 하나면 엔지니어링 수준에선 충분하다.
| 공식 | 표현 | 사용처 |
| 피타고라스 항등식 | \( \sin^{2}\theta + \cos^{2}\theta = 1 \) | 진폭·실효값 계산의 뼈대 |
| 덧셈 정리 | \( \sin(A \pm B) = \sin A\cos B \pm \cos A \sin B \) | 위상 쉬프트 계산 |
| \( \cos(A \pm B) = \cos A\cos B \mp \sin A \sin B \) | 위상 쉬프트 계산 | |
| 사인파 합성 | \( a\sin\theta + b\cos\theta = R\sin(\theta + \phi) \) | 같은 주파수 두 사인파 합치기 |
| 제곱 평균 | \( \sin^{2}\theta = \dfrac{1 - \cos 2\theta}{2} \) | 평균 전력 계산 |
(표 1 - AC 회로에서 자주 등장하는 삼각함수 공식)
마지막 두 줄이 특히 중요하다.
사인파 합성 공식 \( a\sin\theta + b\cos\theta = R\sin(\theta + \phi) \)는, 같은 주파수의 사인과 코사인을 더했을 때 결과가 또 사인파가 된다는 걸 보장한다.
여기서 \( R = \sqrt{a^{2} + b^{2}} \), \( \tan\phi = b/a \)로 떨어진다.
AC 회로에서 저항·커패시터·인덕터가 섞여 있을 때, 각 소자에 걸리는 전압을 다 더하면 결국 같은 주파수의 사인파 하나로 합쳐진다.
그 합성이 바로 이 공식 위에서 돌아가는 거다.
그리고 \( \sin^{2}\theta \)의 평균은 평균 전력 \( P_{\text{avg}} = \frac{1}{2} V_m I_m \cos\theta \) 유도의 뼈대다.
이건 나중에 AC 전력 편에서 제대로 다룬다.
왜 하필 사인파가 주인공인가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길 수 있다.
세상에 파형은 많다.
사각파, 삼각파, 톱니파, 지수파...
근데 왜 AC 회로이론은 굳이 사인파만 집중적으로 다루는가?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미분·적분해도 사인파는 사인파(코사인 포함)다.
\( \sin \)을 미분하면 \( \cos \), 한 번 더 미분하면 \( -\sin \)이다.
진폭만 달라지고 모양은 그대로 유지된다.
사각파를 미분해봐라. 임펄스가 튀어나와서 형태가 완전히 박살난다.
RLC 회로처럼 미분·적분이 난무하는 환경에서 형태가 유지되는 파형은 해석 난이도를 폭발적으로 낮춘다.
둘째, 모든 주기 파형은 사인파의 합으로 표현된다.
이게 바로 나중에 다룰 푸리에 급수의 핵심이다.
사각파든 톱니파든, 주기만 있으면 sin과 cos의 조합으로 분해된다.
즉, 사인파 하나만 완벽히 이해하면 모든 주기 신호를 이해한 것과 같다.
셋째, 오일러 공식으로 복소지수와 동치다.
\( \displaystyle e^{j\theta} = \cos\theta + j \sin\theta \)
(식 4 - 오일러 공식)
사인파를 복소지수로 바꾸면 미분방정식이 대수방정식으로 극적으로 간단해진다.
이 아이디어가 다음 글 페이저(Phasor) 의 전부다.
오일러 공식이 낯설면 아래 글로 돌아가라.
[수학] 오일러의 공식과 항등식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등식
얼마 전 복소수 관련 포스팅을 작성하며, 복소수를 지수 형식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언급했다. [수학] 복소수에 관하여 - 허수를 왜 배워?고등수학을 처음 접하며 허수와 복소수를 배운 기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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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이제 사인파의 해부는 끝났다.
단위원 한 바퀴가 주기이고, 그 위의 점이 반시계로 도는 속도가 각주파수이고, 점의 시작 위치가 위상이다.
이 세 숫자가 AC 회로 전체의 언어다.
다음 글에서는 이 사인파를 복소평면 위의 회전하는 화살표로 뒤집어서 표현한다.
미분방정식이 단순 덧셈·곱셈으로 변하는 마법을 볼 수 있다.
바로 그게 페이저다.
오늘은 일단 여기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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