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두 글에서 페이저와 임피던스를 다뤘다.
페이저는 사인파를 복소수로 변환하는 도구였고, 임피던스는 페이저 영역에서의 일반화된 저항이었다.
#19 페이저(Phasor) - 미분방정식이 곱셈으로 바뀌는 마법
지난 글에서는 사인파/정현파에 대해 정리했다.진폭 \( A \), 각주파수 \( \omega \), 위상 \( \phi \) 세 숫자로 모든 사인파가 결정된다는 게 핵심이었다. [수학] 삼각함수와 정현파 기초 - 사인파의 해
enfj-electronics.tistory.com
#20 임피던스와 어드미턴스 - 저항/인덕터/커패시터를 Z 하나로
지난 글에서 페이저를 도입했다.미분이 \( j\omega \) 곱셈으로 바뀌고, 적분이 \( 1/(j\omega) \) 곱셈으로 바뀐다는 게 핵심이었다. #19 페이저(Phasor) - 미분방정식이 곱셈으로 바뀌는 마법지난 글에서
enfj-electronics.tistory.com
이번 글은 그 도구들을 들고, 실제 AC 회로를 끝까지 풀어내는 절차를 정리하는 자리다.
스포일러를 먼저 던진다.
AC 정상상태 회로해석은 DC 회로해석과 절차가 100% 똑같다.
KVL, KCL, 노드해석, 메쉬해석, 중첩의 원리, 테브난 등가회로 — 학부 1학년 때 배운 모든 기법이 그대로 통한다.
차이는 단 하나, 모든 양이 실수가 아니라 복소수라는 점뿐이다.
그래서 이번 글은 새로 배우는 게 아니라, 이미 아는 것을 페이저 영역에 옮겨놓는 작업이다.
[ 두 줄 요약 ]
AC 정상상태 회로해석은 ① 모든 사인파를 페이저로, ② 모든 소자를 임피던스로 바꾼 뒤, ③ DC 회로해석 기법을 그대로 적용해 미지 페이저를 풀고, ④ 마지막에 시간영역으로 역변환하면 끝난다.
새로 배울 기법은 없고, 복소수 사칙연산만 익숙하면 된다.
시간영역에서 페이저 영역으로 — 한 장 그림 요약
먼저 큰 그림부터 보자.

왼쪽은 시간영역 회로다.
전원이 사인파로 출렁이고, 미분방정식이 줄줄이 따라붙는다.
이걸 직접 풀려면 2계 미분방정식 풀이를 동원해야 한다.
[수학] 2계 미분방정식과 특성방정식 - 근의 공식 이용
지난 글에서는 1계 미분방정식 풀이법을 정리했다.변수분리로 되는 놈은 변수분리, 안 되는 놈은 적분인자를 곱해서 어떻게든 적분 가능한 꼴로 몰아넣는 게 전부였다. [수학] 1계 미분방정식 풀
enfj-electronics.tistory.com
오른쪽은 같은 회로를 페이저 영역으로 옮긴 모습이다.
전원은 복소수 \( \mathbf{V} = V_m \angle \phi \), 소자는 임피던스 \( R, j\omega L, 1/(j\omega C) \)로 바뀌었다.
미분방정식이 통째로 사라지고, 복소수 일차방정식 하나만 남는다.
이게 페이저가 만든 마법이다.
이제 이 변환과 풀이를 단계별로 정리하자.
AC 정상상태 회로해석 5단계 절차

순서대로 한 단계씩 본다.
① 모든 사인파를 페이저로 변환
회로 안의 모든 시간 함수 사인파를, 진폭과 위상만 가진 복소수로 바꾼다.
\( \displaystyle v(t) = V_m \cos(\omega t + \phi) \;\to\; \mathbf{V} = V_m \angle \phi \)
(식 1 - 사인파의 페이저 변환)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할 점.
모든 사인파를 \( \cos \) 기준으로 통일해야 한다.
\( \sin \)으로 표현된 게 있으면 \( \sin \theta = \cos(\theta - 90^{\circ}) \)을 써서 \( \cos \)으로 먼저 바꾼 뒤 페이저로 옮긴다.
기준이 섞이면 위상 계산이 다 꼬인다.
② 모든 소자를 임피던스로 변환
지난 글에서 정리한 대로다.
\( \displaystyle R \;\to\; R \)
\( \displaystyle L \;\to\; j\omega L \)
\( \displaystyle C \;\to\; \frac{1}{j\omega C} \)
(식 2 - R·L·C의 임피던스 변환)
이 시점에서 회로도는 외관상 DC 회로처럼 보인다.
L과 C 자리에 복소수 임피던스 값이 적힌 저항처럼 자리잡을 뿐이다.
③ DC 회로해석 기법을 그대로 적용
여기가 핵심이다.
DC 시절 배웠던 모든 회로해석 도구가 페이저 영역에서 그대로 통한다.
- 옴의 법칙: \( \mathbf{V} = \mathbf{Z}\, \mathbf{I} \)
- KVL: 폐루프 전압 페이저의 합 = 0
- KCL: 노드 전류 페이저의 합 = 0
- 직렬 합성: \( \mathbf{Z}_{\text{series}} = \mathbf{Z}_1 + \mathbf{Z}_2 + \cdots \)
- 병렬 합성: \( \mathbf{Y}_{\text{parallel}} = \mathbf{Y}_1 + \mathbf{Y}_2 + \cdots \)
- 분압·분류 법칙, 노드해석, 메쉬해석, 중첩의 원리, 테브난·노턴 등가회로
전부 그대로다.
수식 형태도 토씨 하나 안 바뀐다.
차이는 변수가 실수에서 복소수로 바뀐 것뿐.
④ 미지 페이저 풀기
세운 일차방정식을 푼다.
복소수 사칙연산만 하면 된다.
크기와 위상을 따로 계산할 일이 자주 생기므로, 직교형(\( a + jb \))과 극형(\( r \angle \theta \))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어야 편하다.
직교형 ↔ 극형 변환은 다음과 같다.
\( \displaystyle \begin{aligned} a + jb &= \sqrt{a^2 + b^2} \\[4pt] &\quad \angle\, \tan^{-1}\!\left(\frac{b}{a}\right) \end{aligned} \)
(식 3 - 직교형 → 극형 변환)
\( \displaystyle r \angle \theta = r\cos\theta + j\, r\sin\theta \)
(식 4 - 극형 → 직교형 변환)
덧셈·뺄셈은 직교형이, 곱셈·나눗셈은 극형이 편하다.
⑤ 시간영역으로 역변환
마지막 단계는 페이저를 다시 사인파로 되돌리는 것이다.
\( \displaystyle \mathbf{I} = I_m \angle \theta \;\to\; i(t) = I_m \cos(\omega t + \theta) \)
(식 5 - 페이저의 시간영역 역변환)
여기서 주의.
역변환 시 주파수 \( \omega \)는 회로 머리에 메모해뒀던 그 값을 다시 끼워 넣는다.
페이저 식 안에는 \( \omega \)가 없었으니까.
그리고 ①에서 \( \cos \) 기준으로 통일했으므로, ⑤에서도 \( \cos \) 형태로 답을 쓰는 게 맞다.
직접 풀어보기 — 직렬 RL 회로 예제
말로만 하면 와닿지 않으니 간단한 예제를 풀어본다.

문제: 저항 \( R = 4\,\Omega \)와 인덕터 \( L = 10\,\mathrm{mH} \)가 직렬로 연결된 회로에 \( v_s(t) = 10\cos(500t)\,\mathrm{V} \)가 인가된다. 정상상태에서 흐르는 전류 \( i(t) \)는?
각 단계를 그대로 따라가자.
① 페이저 변환
\( \mathbf{V}_s = 10 \angle 0^{\circ}\,\mathrm{V} \)
각주파수 \( \omega = 500\,\mathrm{rad/s} \)는 따로 메모해둔다.
② 임피던스 변환
\( \mathbf{Z}_R = R = 4\,\Omega \)
\( \mathbf{Z}_L = j\omega L = j(500)(0.01) = j5\,\Omega \)
③ KVL 적용 (직렬 합성)
\( \displaystyle \mathbf{Z}_{\text{total}} = \mathbf{Z}_R + \mathbf{Z}_L = 4 + j5\,\Omega \)
극형으로 바꾸면 다음과 같다.
\( \displaystyle |\mathbf{Z}_{\text{total}}| = \sqrt{4^2 + 5^2} = \sqrt{41} \approx 6.40\,\Omega \)
\( \displaystyle \theta_Z = \tan^{-1}\!\left(\frac{5}{4}\right) \approx 51.3^{\circ} \)
\( \mathbf{Z}_{\text{total}} \approx 6.40 \angle 51.3^{\circ}\,\Omega \)
④ 미지 페이저 풀기
옴의 법칙을 그대로 쓴다.
\( \displaystyle \mathbf{I} = \frac{\mathbf{V}s}{\mathbf{Z}{\text{total}}} = \frac{10 \angle 0^{\circ}}{6.40 \angle 51.3^{\circ}} \)
극형 나눗셈은 크기는 나누고, 위상은 빼면 된다.
\( \displaystyle \mathbf{I} \approx 1.56 \angle -51.3^{\circ}\,\mathrm{A} \)
⑤ 시간영역 역변환
페이저 \( \mathbf{I} = 1.56 \angle -51.3^{\circ} \)를 \( \omega = 500 \)으로 되돌리면 끝이다.
\( \displaystyle i(t) = 1.56 \cos(500t - 51.3^{\circ})\,\mathrm{A} \)
(식 6 - 정상상태 전류 시간영역 표현)
전류가 전압보다 \( 51.3^{\circ} \)만큼 뒤지는 결과가 나왔다.
회로에 인덕터가 들어 있으니 전류가 뒤지는 게 맞다(L에서 전류는 천천히 자란다).
물리 직관도 맞고, 계산도 깔끔하다.
이게 시간영역에서 직접 미분방정식을 풀었다면 한 페이지 가득 채웠을 작업이다.
자주 마주치는 함정 3가지
5단계 자체는 기계적이지만, 처음 풀 땐 같은 데서 자꾸 막힌다.
함정 1. \( \sin \)과 \( \cos \) 혼용
기준을 \( \cos \)으로 정했으면 끝까지 \( \cos \)으로 가야 한다.
문제에서 사인파가 \( \sin \)으로 주어졌다면, 페이저로 옮기기 전에 반드시 \( \cos(\theta - 90^{\circ}) \)로 바꾸자.
함정 2. 단위 — 라디안 vs 도(degree)
페이저 식에서 \( j\omega \) 안의 \( \omega \)는 \( \mathrm{rad/s} \) 단위다.
문제에서 주파수가 Hz로 주어지면 \( \omega = 2\pi f \)로 먼저 변환해야 한다.
반면 페이저 위상 \( \angle \theta \)는 결과를 도(degree)로 표기하는 관행이 일반적이다.
같은 식 안에서 라디안과 도가 섞이면 안 된다.
함정 3. 정상상태가 아닌 경우
페이저 해석은 정상상태(steady-state) 응답만 다룬다.
전원이 켜진 직후의 과도응답(transient)은 안 잡힌다.
문제가 "회로가 켜지고 충분히 시간이 지난 후" 또는 "정상상태에서"라는 단서를 줄 때만 페이저로 풀 수 있다.
과도응답까지 보고 싶으면 라플라스 변환이나 시간영역 미분방정식 풀이로 가야 한다.
한눈에 보는 대응표
표로 한 번에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 DC 회로 | AC 정상상태 (페이저 영역) |
| 저항 \( R \) | 임피던스 \( \mathbf{Z} = R + jX \) |
| 컨덕턴스 \( G = 1/R \) | 어드미턴스 \( \mathbf{Y} = G + jB \) |
| 옴의 법칙 \( V = IR \) | \( \mathbf{V} = \mathbf{Z}\,\mathbf{I} \) |
| KVL: \( \sum V = 0 \) | KVL: \( \sum \mathbf{V} = 0 \) |
| KCL: \( \sum I = 0 \) | KCL: \( \sum \mathbf{I} = 0 \) |
| 직렬: \( R_{\text{total}} = \sum R \) | 직렬: \( \mathbf{Z}_{\text{total}} = \sum \mathbf{Z} \) |
| 병렬: \( 1/R_{\text{total}} = \sum 1/R \) | 병렬: \( \mathbf{Y}_{\text{total}} = \sum \mathbf{Y} \) |
| 모든 양이 실수 | 모든 양이 복소수 |
(표 1 - DC 회로해석과 AC 페이저 회로해석의 1:1 대응)
표를 옆에 두고 한 번 풀어보면, 이미 아는 거였다는 걸 바로 깨닫게 된다.
마무리
이번 글의 결론은 단순하다.
AC 정상상태 회로해석에서 새로 배울 건 없다.
5단계 절차는 결국 "DC 회로해석을 페이저 영역에서 한 번 더 한다"는 의미다.
정작 시간이 드는 부분은 회로 풀이 자체가 아니라, 복소수 계산이 손에 익는 것이다.
극형·직교형 변환을 빠르게 오가는 연습 몇 번이면 충분하다.
다음 글에서는 이 도구를 들고 AC 전력으로 들어간다.
순간 전력, 평균 전력, 무효 전력, 복소 전력.
페이저가 있어서 그제야 깔끔하게 정의되는 양들이다.
역률(power factor)이 왜 중요한지, 한국 전력공사가 왜 무효 전력에 페널티를 매기는지도 거기서 풀린다.
'회로이론' 카테고리의 다른 글
| #23. AC 전력 (2) - 역률이 뭐길래 (0) | 2026.05.06 |
|---|---|
| #22. AC 전력 (1) - 순간전력/평균전력/실효값, 한 번에 정리 (0) | 2026.05.03 |
| #20. 임피던스와 어드미턴스 - 저항/인덕터/커패시터를 Z 하나로 (0) | 2026.04.29 |
| #19. 페이저(Phasor) - 미분방정식이 곱셈으로 바뀌는 마법 (0) | 2026.04.27 |
| #18. RLC 회로의 완전응답/계단응답 - 강제응답과 자연응답의 콜라보 (0) | 2026.04.21 |